계절의 끝, 하늘이 죽었다.

오랜만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욕심에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도 올려보았습니다ㅎㅎ 좋아요와 관심 버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날이 춥고 길이 미끄러우니 늘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다니시길 바랍니다🥰 https://m.novel.naver.com/challenge/list?novelId=1127493

안녕하세요 여름입니다:) '계절의 끝, 하늘이 죽었다'가 완결난 지도 꽤 되었죠ㅎㅎ 애정이 꽤나 짙었던 글이라 기념 삼아 책을 한권 뽑아보았습니다. 개인 소장용으로 딱 한권만 뽑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자랑 한 번 하려 합니다! 시간이 날 때 표지를 직접 만들었고 내지 작업도 직접 해서 그런지 살짝 허술하긴 하지만, 제 글을 실물로 보게 됐다는 것만으...

“어머니!” 아기자기한 꽃이 한가득 핀 마당에 붉은빛 치맛자락이 스치듯 날렸다. 발목이 보이도록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뛴 예화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어머니에게 달려들었다. 한 씨는 그런 딸아이를 품안 가득 안아주었다. 길게 늘어진 댕기머리가 바람결에 날렸다. “곧 혼례를 치를 아가씨가 이리 뛰어다녀서야.” “뭐 어떠합니까?” “하하! 그래. 뭐 어떻겠니?...

숙의 박 씨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봄이 되자 상감은 박 씨의 후궁 첩지를 거두고 그의 본래 신분으로 돌려준 뒤, 사가로 보내었다. 박 씨에게서 소생이 없었고, 훗날 새로이 후궁 간택을 하겠노라 상감이 약조하였기에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이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박 씨의 조부인 우의정은 반발하는 듯 하였으나 상감과의 독대 이후 입을 다물었다. 항간에는...

언제야 봄이 올까. 예화는 정무가 끝난 후 홀로 경회루에 올랐다. 바람이 찼으나 누구 하나 말리는 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무함과 외로움과 고단함을 떠안은 왕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싶었다. 최상궁은 그저 두꺼운 겉옷을 예화의 어깨 위에 걸쳐 주었고, 예화는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노을이 저물어가는 것을 보던 그는 추위에 굳어 버린 손을 말아 ...

“이제는 정말 때가 되었습니다. 더 미루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전하.” 형판은 예화를 독대하였다. 그를 마주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간언했다. 예화는 무감한 얼굴로 형판을 바라보았다. “국구.” “예, 전하.” “진정 은양을 죽이길 바라오?” “예. 벌써 몇 주 째 미루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형판 최 씨의 말에 예화는 파동 없이 잔잔한 찻물을 보았다...

은양에게 사주를 받은 내관은 옥사에 가두어졌고 예화는 강녕전으로 돌아갔다. 정현은 의연히 버텨내긴 하였으나 그 순간의 충격이 상당히 커 중궁전에서 잠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자 예화는 머리를 짚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은양이었다. 정을 건드린 것도 그렇고 근래의 행동을 다시금 되새겨 보니 이제야 그가 원하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유난히 피곤해 보이던 얼굴....

정은 소쿠리를 쪽마루에 내려두고 허리를 폈다. 어명으로 빠르게 움직인 덕에 노을이 질 무렵 얼추 이사가 끝나갔다. 작은 짐들을 마저 옮기려는데 작은 대문을 통해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눈에 익은 차림은 아니었으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마.” “…괜찮은 것이냐?” 정은 대답 대신 은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은은 대문을 넘어 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하아. 이 빌어먹을….” 율은 제 앞에 앉은 예화를 보며 차를 따르던 손을 멈칫했다. 최상궁이 건넨 서찰을 읽던 예화가 욕지거리를 내뱉은 탓이었다. 예화가 이런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있던가.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그런 적은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율의 물음에 예화는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최상궁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서 숙의를 데려오게.” “예, 전하...

“전하. 정이입니다.” 마음을 굳히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나긴 궐 생활을 접고자 하는 마음과 이를 실행하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예화가 이를 허락해줄지 그것은 확실치 않았으나 예화라면 허해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겼다. “들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안에서는 단단한 음성이 떨어졌다. 정은 심호흡을 하고 안으로 들었다. 최상궁이 정...

정현의 탄일 연회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밤새 앓던 예화는 아팠던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 하였기에 최상궁만이 그의 곁에서 밤을 지새웠다. 늦지 않게 탕약을 지어 올린 덕에, 최상궁이 내내 예화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준 덕에 날이 밝을 무렵 예화는 정신을 차렸다. 그 후 일상으로 돌아온 예화는 다시 업무를 보며 틈틈히 연회를 준비했다. 상인들에게...

주상이 세주에 대한 교육에 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외동인 것과 상관없이 세주는 너무나도 의젓하게 잘 자라주고 있으며 책봉을 받은 뒤 제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해내고 있으니, 한 번에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키워내는 것이 더 강건한 군주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주상이 어릴 적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자랐기에 이토록 성군이 되...